남구 명예기자 김순점
11월 15일 울산 시청 시의회 사무실 3층에서 실향민(이북도민)의 2세와 탈북 도민의 15일 가족 결연식이 있었습니다.
기자는 1.4후퇴 피난민이었던 친정아버지가 고향을 그리워하며 애달파 하던 모습을 보며 자랐습니다.
그것은 자라던 고향과 현재 사는 지역의 정서가 사뭇 달라서 이기도 했겠지만 무엇보다도 보고 싶은 얼굴들이 북에 남아있는 때문이기도 했겠지요.
한 40년 넘었나요?
KBS가 8.15광복절 특집으로 세계사에 전무한 이산가족 찾기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었습니다.
1983년 6월 30일과 7월 1일에 걸쳐 약 3시간 만 방영하려던 이 프로그램은, 예상외의 상황으로 그해 11월까지 진행되었고 10만 여건의 신청 건수 중 1만여 건의 이산가족이 상봉하였습니다.
그 기간 동안 아버지는 밤이면 밤마다 텔레비전에서 한시도 눈을 못 떼며 두 상봉자가 만남의 기쁨에 비명 같던 환성을 지르며 서로 얼싸안던 그 모습에 덩달아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패티 김의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라는 애절한 노래가 흘러나오기만 하면 근 일흔의 친정아버지는 흰자위를 붉히셨죠.
방청석에는 내가 누구인데 누구를 찾는다며 철자도 틀린 채, 글씨체도 제 각각으로 적은 종이를 든 사람들이 작은 화면 빼곡히 앉아 있었습니다.
신문지, 마분지, 박스지, 가릴 것 없이 붉고 푸른색으로 써서 두 팔에 들고 나 알아보라며 나 알아달라며 간절한 표정으로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돌아가신지 하도 오래되어서 잊고 지나다 가족결연 행사장에서 친정아버지를 떠 올렸습니다.
그리 그리워하던 북쪽 가족들과는 헤어진 세월을 보상할 만큼 도란도란 잘 지내시겠지요.
이북 5도 울산지구 위원회는 가족 결연식 말고도 체육행사나 도민 간 체육행사와 만남의 날 그리고 망향제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축소된 가족 결연식에는 각 도의 회장님들과 가족 결연 당사자들 약 20분이 참석하셔서 가족 결연 증서를 수여하는 이외에 우수 가족 결연자에게 표창을 하는 순서도 가졌습니다.
이북 5도 울산지구 연합회 이형철 회장님께서 단상에서 축사를 하실 때 떨리던 음성이 아직 귀에 남아있습니다.
흰머리와 흰 눈썹으로 그리움의 세월을 증명하시던 회장님께서는 두고 온 고향으로 인해 그리운 만큼 외로워하지 말고 서로 의지하며 지내자며 가족 결연 행사의 취지를 말씀하셨습니다.
가족 결연한 지 한 시간도 채 안 되어 손을 잡고 다니던 결연자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외로움을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이북 5도 울산지구의 가족 결연식. 가슴이 먹먹한 행사였습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