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명예기자 윤경숙

제15회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가 드디어 막을 열었다.
2021.10.14~10.31 장소는 울산 남구 삼호대숲 철새공원으로 총 12작품이 전시 중이다.
제15회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의 주제는 ‘누구의 눈에도 숨겨놓지 않았지만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첫날은 밤에 전시장을 찾았고, 네 번은 낮에 전시장을 찾았다.
철새공원 전시장에는 밤에도 낮에도 관람객들이 줄을 이었고, 특히 주말에는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없이 이어졌다.
이번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의 특징은 관람객이 작품속으로 들어가 체험할 수 있도록 설치가 되었다는 점이다.

12작품 중에 최고의 인기를 얻은 작품이 있어 소개한다.
마날 알도와얀 작가의 작품 ‘Now You See Me, Now You Don’t’으로,
이 작품은 물웅덩이처럼 보이는 크고 작은 트램플린은 손으로 만질 수 있고 그 위에 올라가 마음껏 뛰고 드러눕고 할 수 있으며, 때때로 관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 작품은 2020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울라(Al Ula) 사막 지역에서 선보인 작품의 새로운 에디션으로 태화강국가정원이라는 전혀 다른 맥락에 놓여짐으로써 새로운 의미로 다시 태어난다.
사막에서는 물부족으로 인한 환경 위기를 개념적으로 표현했다면, 태화강변에 설치된 트램플린은 울산의 젖줄이 되어온 태화강을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8개의 크고 작은 트램플린은 밤이 되면 내부 조명의 도움을 받아 보름달처럼 빛난다.
그리고 잔디 바닥에 설치된 조명은 태화강의 형상을 그리고 있어, 관람객이 트램플린 위에서 점프할 때 마다 마치 태화강 위로 뛰노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해 준다.
이 같이 관람객이 겪게 되는 비현실적인 경험은 작품의 핵심 요소가 되며 작가는 이를 통해 존재하지 않는 것을 드러내는 반면 보이는 것의 정치학을 강조하고자 한다.

일요일 오후 전시장을 다시 찾았다.
전시장 주변에는 코스모스가 하늘하늘 춤을 추고, 철새공원에는 아이들의 거친 호흡이 하늘 높이 뛰오 오른다.
크고 작은 트램플린에 몸을 실은 아이들은 뛰고 또 뛰고 머리가 하늘에 닿을 때까지 뛰어 오른다.
하늘을 향해 날아 오르는 아이들의 얼굴에 가을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아이들 웃음소리는 하늘 높이 치솟는다.
얼마만에 들어보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인가!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전시장을 찾은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졌고, 덩달아 웃게했고, 덩달아 행복하게 했다.
마날 알도와얀 작가의 말처럼 아이들이 뛰는 모습이 마치 태화강의 물고기가 뛰어 오르는 것 처럼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아이들은 그 누국의 간섭도 받지 않고, 아이들의 모습으로 마음껏 뛰고, 뒹굴고, 웃고, 고함을 지르고 작품과 함께 했다.

그밖에도 극동완 작가의 ‘여긴 처음 보지만 내가 어렸을 때부터 놀던 곳이다’,
김시하 작가의 ‘당신의 안녕을 묻는 우리의 시선’, 김영우 작가의 ‘안식安息’, 김인배 작가의 ‘나는 늘 다른 곳으로 돌아간다’, 뚜따꿉 작가의 ‘즐거운 나의 집’,
무라카미 사토시 작가의 ‘ 이주移住를 생활하기 도쿄2020’, 민예은 작가의 ‘유동적 세계: 유기체의 분화’ 아디티 조쉬 작가의 ‘무제’, 에미 스켄스베드 작가의 ‘무제(해먹,의자),
조경재 작가의 ‘시간, 자연 그리고 안…’, 해롤드 멘데즈 작가의 ‘하울라스’ 12명의 작품에 많은 찬사가 쏟아졌다.

이번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는 유달리 관람객들이 많았다.
온가족이 함께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어 더없이 좋았던 것 같고, 모든 작품이 직접 체함할 수 있게 설치되었다는 점에서 관람객의 호응을 이끌어 내었다고 본다.

철새공원에는 모처럼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까치의 노랫소리가 함께 어우러져 멋진 가을을 장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