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명예기자 김순점

산복도로에 가을이 한창이다.

지금은 벌써 나목이 되어버린 나무들로 좀은 스산한 길이 되었다.

10월쯤 처음 만났을 때에는 푸른 이파리들이 살짝 수줍어하기 시작 했었던가.

아직 녹색을 잡고 버팅기던 나뭇잎은 날이 갈수록 농염한 보조개를 피워 올렸다.

종래에는 불꽃처럼 타오르다 그 아름다운 옷을 미련 없이 호르르호르르 벗어버렸다.

이제 가을은 끝인가 보다 아쉬운 탄식을 뱉었었다.

그런데 아쉽기는 하지만 거기에는 또 다른 가을이 있었으니.

바로 발끝에 채여 뒹구는 낙엽이 주는 센티멘탈이다.

그 바스락 거리는 소리는 저절로 어떤 시를 머릿속에 띄워준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소리를 ……

남구지명사라는 책자에 따르자면 이 지역은 예전에 장춘오라 불리는 울산팔경의 하나였다.

海竹(해죽)과 山茶(산다)가 겨울에도 무성하였다 한다.

태화강을 면한 곳이니 오죽 경치가 아름다웠으랴.

정포님과 이곡님이 시를 한수씩 남겼는데 정포님의 시를 인용해보자면

소나기 봄을 돌아가니

모든 꽃들 땅을 쓸어 없어졌네

그래도 봄은 이곳에 머무려는가

붉고 흰 꽃잎 산모퉁이에 가득하네

물을 격해 노래 소리 멀어지고

배를 격해 술맛 부드러워라

누가 태수더러 풍류 없다 말했는가

술 취하니 예쁜 여인 붙들까 시기하네

만산홍엽으로 도심이 몸살을 앓을 때 사진을 찍어두었다.

살짝 늦었지만 크로바 아파트 산복도로의 정취 너무나 그윽하다.

잠시 사진으로나마 가는 가을을 붙들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