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명예기자 윤경숙

우리아파트에는 父子로 보이는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택배를 담당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들이 아버지를 도와주러 왔나보다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아들은 아들 대로 아버지는 아버지 대로 각각 택배를 했다.
우리 아파트 주민은 그 청년을 “택배총각”이라 부른다.
아들은 누가 봐도 애처로울 정도로 깡마른 체격이어서 볼 때 마다 신경이 쓰여 “총각, 식사는 꼭 챙겨 먹고 다니세요.”하고 당부를 한다.

1월26일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 택배총각이 우산도 안쓰고 탑차에서 택배물을 잔뜩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받쳐주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기자 : “성함과 나이를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택배기사 : “박근우입니다. 뿌리 근요. 나이는 올해 스물 여덟 살입니다”

기자 : “아, 박가였어요? 식사는 제때에 하고 다니나요? 아무리 바빠도 식사는 꼭 하고 다니셔야 됩니다. 일도 중요하지만 건강이 우선입니다.”

택배기사 : “예. 식사는 제때에 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에서 식사를 제공해 주어서 먹고 나옵니다.”

기자 : “아니 몇 시에 출근을 하길래 회사에서 식사를 하고 오나요?”

택배기사 : “7시30분까지 출근을 해서 분류 작업을 한 후, 아침 식사를 하고 택배를 시작합니다.”

기자 : “식사를 하고 다니신다니 다행입니다. 내심 엄청 걱정을 했었거든요.
요즘, 뉴스에서 택배기사들의 고된 노동에 대해 연일 보도가 되고 있어 여쭈어 보지 않을 수가 없네요. 하루에 몇 개를 배달하고 있는지요?”

택배기사 : “하루에 220개 이상을 배달하고, 한 달로 치면 5천 500개 정도 배달을 하는 셈이지요.”

기자 : “와아! 약한 몸으로 대단하십니다. 택배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도 있는지요?”

택배기사 : “많지요. 예를 들면 물건을 배달했을 때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음료수 한 명 마시고 가세요…..이런 말을 들을 때 보람도 느끼고, 힘도 나고, 피로도 풀립니다.”

기자 : “힘들때도 있을텐데, 주로 어떤 점들이 힘듭니까?”

택배기사 : “보람도 많지만 힘든 점도 많습니다.
간혹 갑질하는 주민을 만나면 택배일을 당장 그만 두고 싶어집니다. 아무일도 아닌데 시비를 걸거나 주차 문제로 시비를 거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기자 : “그점에 대해서는 저도 마음이 아프네요.  앞으로 주민들이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가 아닌가 생각하고, 점차 개선되리라 생각하합니다.”
20대에 택배노동자가 된다고 했을 때 무모님께서 반대는 하지 않았습니까?”

택배기사 : “당연히 반대를 하셨지요. 어머니께서 강력하게 반대를 하셨지만 지금은 잘 선택했다고 격려를 해 주십니다.
다들 일자리가 없어 난리인데, 저는 일복이 터져 이리 뛰고 저리 뛰고…..힘은 들어도 일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기자 : “택배노동자가 된 것에 대해 후회는 없는지요? 앞으로도 계속 이 일을 하실건가요?”

택배기사 : “제가 선택한 길이기 때문에 자부심을 가지고 이 일을 계속 할 생각입니다.”

기자 :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택배기사 :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면, 택배를 받았을 때 빈 말이라도 좋으니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라고만 해주셔도 힘이 납니다.
그리고 주차 문제로 시비를 걸지 않았으면 합니다. 단 1초라도 빨리 배달을 해야 하는 저희들로서는 주차 문제가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는 점 양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기자 : “정말 수고가 많으십니다. 분명 좋아질거라 저는 확신합니다. 택배노동자로서의 삶이 보람된 직업으로 성장하리라 믿습니다.
식사 잘 챙겨드시고, 건강도 꼭 챙기시고요. 바쁜 와중에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택배기사의 몫이 택배 1개당 550원이라고 합니다.  쌀20kg, 생수20L를 들고 5층까지 배달하면 550원 받는 답니다.
택배기사에게 택배를 받으면 답례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말은 택배기사에 대한 고객의 에티켓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말은 무료입니다. 이왕이면 큰소리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택배기사님께 답례를 하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