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명예기자 김순점

울산 남구의 신정동 사거리와 중앙초등학교 사이에는 푸른 학교라는 푸른 간판을 이마에 달고 있는 문해 학교가 있습니다.
학생들은 간혹 젊은 사람들도 오지만 평균연령이 70대입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3층 4층 건물인데 다리가 편치 않으심에도 불구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를 가십니다.

왜 냐고? 여쭸더니 당신들께서 뭔가를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 좋아서 라고 하십니다.
이를테면 은행에서 처리해야 될 자질구레한 것들을 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또 손주들에게 문자를 보낼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쁘다고, 무엇보다 오랫동안 가족들에게도 감춘 이야기를 이제라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하셨습니다.
교장선생님을 비롯해 담임선생님까지 모두가 등교인사를 서로 나누십니다.
혹여 휴일을 끼고 있는 출석 날이면
어제는 어땠느냐? 어디를 다녔느냐?
즐거운 일이 있었느냐? 서로의 안부를 묻느라 교실이 왁자합니다.

이윽고 수업이 시작되자 선생님의 낭랑한 선창에 따라 학생들의 후창이 이어집니다.
학생들의 왁자한 후렴소리가 유리창에 부딪혀 되돌아옵니다.
푸른학교는 3년만 다니면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졸업한 분이면 1년만 다니면 중학교 졸업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칠순이 넘은 연세임에도 공부를 시작한 김에 대학까지 가보겠노라고 고등학교 공부를 하는 분도 계십니다.
글자를 몰라서 생기는 다양한 고초가 희끗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면서도 서툴게 연필을 잡게 하는 모양입니다.
할머니 한분이 기자에게 이런 말씀을 하셧습니다.
“샘요! 글자를 몰라서 못해본 것이 정말 많지만 지금이라도 해보고 싶은게 딱 한 가지 있습니데이~ 그동안 모임에서 총무를 하라고 해도 글을 몰라서 못 했는데 이제 글을 배웠으니 총무를 해볼낍니데이~”

사람은 소소한데 동경이 있고 사소한데 갈망이 있나봅니다.
글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극히 작은 소망인데도 불구하고 흰머리 소년소녀들에게는 중요하기 그지없는 사안이니까요.
울산 시청에서 태화강 쪽으로 신정동 사거리에서 강남교육청 가는 길 편의 문해 학교가 있습니다.
칠십 팔십 평생을 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닦아주는 울산 푸른 학교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