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명예기자 김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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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집합금지 명령에 따라 진행 중이던 자서전 수업도 갈팡질팡 했었다.

수업이 진행된다는 연락을 받으면 줄곧 희망재가노인복지센터를 찾았다.

수업은 8차시로 진행되지만, 코로나19로 단축해 5차시로 진행되었다.

사실 매일매일 어떤 일정을 소화해 가기는 어쩌면 좀 더 쉬울지도 모르겠다.

일주일에 한번이라는 날짜는 사회인에게는 모든 일정을 조율해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마음 가는데 눈이 가고 눈이 가는데 몸도 간다고 하지 않는가.

일정이 생기는 데 겹치면 피했다.

참석자 중에는 희망재가노인복지센터의 원장님도 계셨다.

어쩌면 제일 열성적이었겠다.

하루종일 일정을 소화한 후 참석하는 멤버들의 고픈 배를 채워줄 먹거리를 항시 준비해 주었다.

https://youtu.be/T5f9xE79YbE

배달강좌 수강후기

수강제목 : 자서전 쓰기 수업 성 명 : 김순점

밴드에 자서전쓰기 수업의 수강자를 모집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수업내용은 자신의 삶을 기록하여 남기는 것이라고 했다. 수업에 대한 관심이 모락모락 피어났지만 부끄럽게도 내세울게 없고 설령 있다해도 기록으로 남길 정도도 아니어서 망설였었다. 그런데 마침 평소 존경하던 분의 일생을 자서전으로 남겨보려는 생각을 들고 있을 때였다. 저 수업을 들어보면 자서전의 얼개를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등록했다.

그러나 가볍게 등록한 수업의 내용은 코로나 시국이라 비대면 수업으로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정한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꼬박꼬박 참석하게 했다. 아니 꼬박꼬박 보다는 다른 표현이 어울리겠다. 마치 소풍날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기대에 차서 기다렸다고나 할까.

오늘 수업에도 눈은 먼 곳을 향해 가고 두 뺨은 불그레하게 상기된 채 말을 이어가던 동기가 이런 말을 했다. 이 수업은 참 이상한 수업이네요. 일평생 누구에게도 말 해 보지 않았던 이야기를 여기서 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나온 과거에 대해 이제서야 느끼는 거지만 참 찬란했던 젊은 날 이예요.

그 말에 강하게 긍정했다. 맞다. 나는 가난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정도로 결핍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기억들은 어지간해서는 입을 통해 나오지 않았다. 내 잘못이 아님에도 슬프고 부끄러웠으니까. 그러나 이 수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고 소녀였던 나, 청년이었던 나, 지금보다 더 젊었던 자신을 만나게 되었다.

https://youtu.be/Hh4Lfr6fkD0

그래. 참 찬란했었구나. 누가 알아줄 그 무엇인가가 되지는 못했지만 나름 열심히 살아온 그 순간만큼은 누구에게도 질 수 없는 찬란함이구나.

김윤경선생님의 자서전 쓰기수업은 단지 글을 어떻게 쓰고 문장을 어찌 이어야 되는 것을 가르치는 수업이 아니다. 내면의 자신을 만나게 하고 그 만남에서 충족되지 못하는 부분은 지금이라도 보듬어 다독이게 하는 치유의 수업이다. 그리고 아름다웠던 부분은 마치 소의 되새김처럼 되새겨서 자긍으로 느끼게 한다.

자서전 쓰기 수업에서 만난 동기들도 참으로 인상적이다. 수업 때 마다 강의실은 동기들이 가져온 소소한 먹거리로 잔치가 열린다. 그들이 돌리기 시작하는 과거의 영사기로 인해 그것을 듣고 느끼는 마음의 축제가 된다.

나는 매 수업마다 내가 마음을 털어놓는 것도 좋지만 그들이 이어가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았다. 마치 다른 이의 인생을 지금 체험해보는 느낌이다. 이것은 곧 타인에 빗대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는 일면으로 또 다른 치유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글 초입의 내세울게 없어서 쓸게 없을거라는 생각은 오판이었다.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이 데리고 오는 장면과 단어와 상황은 나로 하여금 자꾸만 입을 열게 만들었다. 내 안의 어디에 이리 많은 말들과 감정들이 있었던가 싶게.

코로나 시국이라서 어찌할 수 없겠지만 좀 더 긴 차수의 수업을 받아보고 싶다. 지금도 마음이 맑아진 것 같은데 더 긴 차수의 수업을 받고 나면 눈이 한층 더 맑아지리라.

마치 어린 아이들처럼 동기가 가져온 케이크에 색종이로 만든 바람개비로 웃고 즐기며 쫑파티를 했다.

새삼 이런 문구가 떠오른다.

잘 노는 사람이 잘 늙는다.

자서전 쓰기 수업으로 또 한 단계 성장한다.

https://youtu.be/HvnBnUri1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