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공감코칭] 가만히 들어주었어 (코리 도어펠드 지음 | 신혜은 옮김 | 코리 도어펠드 그림 | 북뱅크)

김은영(공감놀이터 대표)

테일러는 공을 들여 새롭고 특별하고 놀라운 걸 만들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정말 뿌듯했지요. 그런데 난데없이 새들이 날아와 그만 와르르 무너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절망과 실의에 빠진 테일러. 이런 테일러의 상태를 처음 알아챈 건 닭이었습니다. “말해 봐. 말해 봐. 어떻게 된 건지 말해 봐! 꼬꼬댁 꼬꼬꼬!” 닭은 호들갑을 떨었지요. 하지만 테일러는 왠지 말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닭은 토라져 가버렸습니다. 다음엔 곰이 왔습니다. “정말 화나겠다. 그럴 땐 소리를 질러! 크아아아앙.” 하지만 테일러는 소리 지르고 싶지 않았습니다. 곰도 닭처럼 가버렸습니다. 다음에 다가온 건 코끼리였습니다. “뿌우우우! 내가 고쳐줄게. 원래 어떤 모양이었는지 잘 떠올려 봐봐.” 하지만 테일러는 떠올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코끼리도 가버렸습니다.

그 다음에도 하나 둘 친구들이 다가왔습니다. 그들은 자기만의 방식을 테일러에게 가르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테일러는 그 누구와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모두 가버렸습니다.

모든 동물들이 떠나고 테일러는 혼자 남겨졌습니다. 테일러는 애써 만든 것이 무너져버렸을 때보다 더 외롭고 슬픕니다. 자기 마음을 알아주기는커녕 다들 이래라 저래라 하고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다고 그냥 가버렸으니까요. 그럴수록 테일러의 마음은 점점 더 굳게 닫히고 절망감은 커져만 갑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번에는 토끼가 왔습니다. 토끼는 조금씩, 조금씩 다가왔습니다. 그러고는 조용히 테일러 옆에 앉습니다. 테일러가 따뜻한 토끼의 체온을 느낄 때까지 그대로 앉아 있습니다.

그러자 테일러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토끼는 테일러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줍니다. 테일러는 소리도 지르고, 기억해 내고… 마침내 웃습니다. 그러는 내내 토끼는 테일러 곁을 떠나지 않고 가만히 들어줍니다.

때가 되자, 테일러가 말합니다.

“나, 다시 만들어볼까?” 토끼

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러자 테일러는…”

<출처 : 교보문고 온라인>

우리 아이들은 수많은 실수와 실패를 합니다. 아이의 실수와 실패를 맞이한 부모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대응합니다.

“말해 봐. 말해 봐. 어떻게 된 건지 말해 봐!” 마치 시끄럽게 꼬꼬댁 거리는 닭처럼…

나름 공감을 하겠다고 나선 부모는 또 말합니다. “정말 화나겠다. 그럴 땐 소리를 질러! 크아아아앙.”

척척 해결해주고 싶은 부모는 얼른 팔을 걷어 부치며 말합니다. “내가 고쳐줄게. 원래 어떤 모양이었는지 잘 떠올려 봐봐.”

부모들이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서는 아닙니다. 그저 부모의 방식으로 다가가고 부모의 언어로 말하기에 아이들은 부모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부모가 이리 애를 써도 꼼짝하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 부모들은 화를 내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며, 서운해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부모들도 있겠지요… “내가 널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데!” “이 모든게 다 널 위해 하는건데!”

그러더니 결국 아이에게서 부모가 먼저 등을 돌립니다.

등돌린 부모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어떨까요…

우리는 이 책의 토끼처럼, 아이에게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토끼처럼 아무 말 하지 않고 그저 아이의 절망 앞에, 아이의 슬픔 앞에 함께 있어줘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용히… 조금씩… 아이가 나의 체온을 느낄 때까지…

아이가 스스로 이야기를 시작할 때까지 우리는 인내를 갖고 기다려줘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정이 격해져 소리도 지르고, 큰 소리로 울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바라봐 주며… 아이의 곁을 떠나지 않고 가만히 들어줘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때가 되면 아이가 말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해볼까?”

그때 부모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여주면 그 뿐 일겁니다.

많은 부모들이, 저 또한 아이의 실패와 실수를 불안해합니다. 아이의 실수와 실패를 마치 나의 실수와 실패인냥… 허둥지둥 그 실수와 실패를 내가 만회해보려고 분주합니다.

아이의 감정은 어떤지 물어봐주지 못하고, 아이의 마음은 어떤지 바라봐주지 못하고…

때로는 슈퍼우먼처럼, 때로는 척척박사처럼, 때로는 선생님처럼…

이렇게 슈퍼우먼인 부모와, 척척박사인 부모와, 선생님인 부모와 자란 아이들은 실패를 해보는 경험이 없기에 실패에 약합니다.

어릴 적부터 작은 실수와 실패를 스스로 견뎌내고 이겨내 본 아이들은 스스로의 문제해결능력에 자신감이 생깁니다.

자신의 문제를 자신이 해결해봐야 아이들의 메타인지가 성장합니다.

아이를 향한 부모님의 넘치는 사랑은 너무나 잘 알지만…

그저 가만히 곁에 있어주는 부모가 되어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