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동은 2020년대 들어 생태·환경 도시라는 또다른 이미지를 표방하는 울산 남구의 ‘핫플레이스’다. 60년 전 울산공업지구 지정 이후 공업화·산업화 물결에 터전을 내어준 사람들이 삼삼오오 삶터를 잡은 데서 출발한 탓에 가옥들이 대체로 낡고, 구불구불 불규칙적으로 거주지역이 형성됐지만 환경과 생태, 자연이 주거·생활에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주목받는 곳이다.

삼호동의 자연조건을 특징적으로 말해주는 것은 강과 산이다. 태화강을 북쪽에 두고, 남쪽에는 솔마루길의 마루금을 이루는 남산이 병풍처럼 서 있다. 남산과 이어져 남쪽에 불쑥 솟아오른 산은 따로 삼호산으로 불린다. 같은 동 안에서 아름다운 산과 강을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곳은 울산에서 흔치 않다.

태화강과 남산, 삼호산의 배산임수(背山臨水), 그 사이에 자리 잡은 삼호동은 그야말로 천하명당이다. 태화강국가정원은 삼호동의 앞마당, 십리대밭 중 가장 멋진 픙광의 삼호대숲은 안마당이다. 여기에다 철새는 삼호동의 특산물이라고 불릴 만하다. 계절을 바꿔가며 삼호대숲 철새공원을 찾아드는 백로와 떼까마귀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철새홍보관이다. 옛 태화강취수탑이었던 태화강전망대와 태화강나루터도 삼호동의 중요한 볼거리다.

여기에다 서남쪽에서부터 가로질러 태화강으로 들어가는 무거천은 비단 위에 꽃을 놓는, 삼호동의 금상첨화(錦上添花)다. 울남9경 중 하나. 그 유명한 궁거랑벚꽃길의 무대도 삼호동이다. 궁거랑은 이곳을 지나는 무거천이 큰 활처럼 휘어졌다고 해서 ‘활 궁(弓)’자가 붙여졌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지금은 행정동으로 존재하지만 이미 1894년에 이 일대에 삼호마을이 존재하고 있었고, 그 이름의 유래는 훨씬 더 길어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 경순왕이 문수보살의 가르침을 받고자 문수산에 이르러 동자승의 안내를 받았는데 지금의 삼호동 즈음에 이르러 동자승이 홀연히 사라져 버리자, 임금이 ‘크게 세 번을 불렀다(三呼)’고 해서 삼호동이 되었다는 얘기가 있는가 하면, 세 번을 탄식했다 하여 ‘삼탄(三歎)’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오늘날 쓰이는 ‘삼호(三湖)’는 이 곳에 세 호수가 있었다는 유래에서 나왔다. 세 여울(灘)이 있어 ‘삼탄(三灘)’이었다는 말도 있다. 태화강에 걸려 있는 삼호교는 공교롭게 구삼호교와 삼호교, 신삼호교 세 개여서 이곳이 이래저래 ‘3’과는 인연이 깊다고 할 수 있다.

삼호곱창거리는 삼호대숲 및 철새마을과 더불어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 삼호동 전략 자산 중 하나다. 이웃한 와와마을에 도축장이 있었으므로 1970년대부터 하나둘 생겨난 곱창집이 세월이 흐르는 동안 모여들면서 특색 있는 곱창거리가 됐다. 남구가 한창 공을 들이고 있는 삼호곱창 특화거리가 만들어지면 전국 식도락가들을 불러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호동은 지도로 보면 새가 날개를 활짝 편 모양이다. 철새와의 인연이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을 할 법도 하다. 커다란 새의 중간을 남산로가 동서로 가로지르고, 삼호동 남쪽에서 둘로 갈라진 7번 국도는 동을 동쪽과 서쪽에서 감싸 안고 남북 방향으로 달려간다. 특히 전남 신안군 서해바다 임자도에서 시작된 24번 국도는 삼호교 남교차로에서 404km의 여정을 끝마친다. 주거지역은 남산로와 남산 사이 좁은 회랑에 집중돼 있고 근래들어 서북쪽 무거천 건너편에 아파트 단지 등 신주거지역이 만들어졌다.

삼호동이 울산 남구의 최북단이다. 동의 서북쪽 끝 문수고등학고 건너 태화강과 척과천이 만나는 강 한가운데 경계선이 지리상 남구의 최북단이다.

남산로 동쪽 초입 와와교차로에 남아 있는 ‘와와’라는 이름은 남산 아랫자락 언덕이 소가 누운 모습이라서 누울 와(臥)라는 유래와, 기와를 굽던 곳이라고 해서 기와 와(瓦)라는 유래가 둘 다 전한다. 눌재로라는 마을길 이름은 소가 누운 재(고개)라는 데서 따 왔다.

면적 2.42㎢로 남구 14개 행정동 중 일곱 번째, 인구는 2만1000명이 채안되는 여덟 번째로 중간 정도다. 울산군 범서면 무거리에서 출발, 1962년 울산시 무거동이 됐다가 1995년 무거동이 두 개로 나눠질 때 무거2동이 됐다. 2007년에 역사성과 인지도가 높은 삼호동으로 이름을 바꿔 오늘에 이른다.

2018년부터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생태·환경 명소로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시작된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마무리되면 세 개의 호수, 세 번의 탄식, 세 번의 부름에서 유래된 이름을 넘어 아름다운 산과 강이라는 천혜의 조건에다 그 속에 사는 사람이라는 세 요소가 상생하며 “호호호” 웃는 새로운 삼호동이 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