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영하로 곤두박질치는 12월 즈음부터 태화강변 삼호대숲의 저녁 하늘은 온전한 떼까마귀의 영역이다. 울산 남구의 빼어난 아홉 풍광을 일컫는 ‘울남9경’, 그 9경을 시간 순으로 구경한다면 가장 처음으로 만날 수 있는 것이 바로 삼호대숲의 떼까마귀다.

2월말~3월초 울산에서 해가 지는 시간은 오후 6시 30분 무렵이다. 삼호대숲과 인근 남산의 삼호산에 겨울 ‘단체캠프’를 차린 떼까마귀들은 정확히 해지는 시간, 막 해가 넘어갈 때, 낮과 밤 어느 쪽도 아닌 그 순간에 나타난다.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스름 해가 뜨기 직전, 막 어둠이 물러나려는 그 순간이다.

떼까마귀는 2월말이면 오후 6시30 쯤 태화강 상류에서 까맣게 날아들어 온다. 그보다 10분전쯤에는 선발대라고 할 수 있는 몇몇 무리가 먼저 도착한다. 이놈들은 하늘에서 놀기보다는 구삼호교 남단 일대 전기줄과 건물 옥상에 줄지어 내려앉는다. 이 시간 옥상과 전신줄은 떼까마귀들로 미어터진다.

탐조객들이 “어 저 놈들뿐인가” 의아해 하는 것도 잠시, 정확히 10분이 지나면 강 상류 서쪽에서부터 희미하지만 시커멓게 보이는 새떼가 하늘에 카펫이라도 펴는 듯 서서히 삼호동 상공으로 들어오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울주 경주 등 인근 너른 들판에서 낮 동안 먹이활동을 하던 13만여 마리 떼까마귀가 몇 무더기씩 무리를 지어 일제히 ‘숙소’로 날아오는 장면이다.

겨울철 떼까마귀 탐조 제일 명소는 무거천과 태화강 합류지점에서 잔디광장 철새정원 은행나무정원을 거쳐 조류생태원까지 강을 따라 이어지는 둔치길이다. 울남9경인 떼까마귀 군무가 펼쳐지는 곳이 바로 이곳 하늘이다.

모든 떼까마귀가 도착해 쉼터로 들어가기 전에 내는 날개짓 소리는 ‘쏴쏴’ 대나무 잎들이 강한 바람에 나부끼는 소리로 착각할 만하다, 요란한 비가 오듯 후두둑거리는 소리는 떼까마귀들이 내갈기는 똥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다. 그래서 비닐옷을 걸치고 투명우산을 편 채 올려다보는 게 좋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두텁고 거대한 장막을 바로 머리 위를 올려보노라면 마치 하늘 이불이 내게로 무너져 내리는 듯, 땅이 빙빙 도는 듯해 어지러움증마저 느껴질 정도다.

태화강 삼호대숲은 12만5000㎡(38만여평)에 펼쳐진 너른 넓이의 조류서식지로 조성된 숲이다. 이곳에는 5~10월엔 백로떼가, 10월~이듬해 4월에는 떼까마귀가 번갈아 찾아오는 철새낙원 생태서식지다. 겨울이 가기 전에, 춘삼월이 아직 시작되기 전, 매서운 칼바람을 맞으며 떼까마귀 구경을 나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