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4월이면 울산 남구를 흐르는 도심하천 무거천은 별세상이 된다.

시냇물에 뜬 복사꽃잎을 따라 내려갔더니 무릉도원이 나오더라는 무릉도원의 전설처럼, 시냇물에 떠서 흐드러지게 흘러가는 벚꽃의 자태를 따라 무거천길에 들어서면 만나는 곳이 궁거랑 벚꽃길. 바로 울산 남구 ‘울남9경’ 중 4월의 으뜸 명소, 봄의 무거천이다.

울산의 내로라하는 호사가들은 “궁거랑의 봄을 보지 않았다면 봄을 도둑맞은 것이다”라는 얘기를 스스럼없이 한다. 해마다 봄이면 무거천에 군락을 이루며 피어나는 벚꽃의 불꽃같은 향연에 취해보지 않고는 제대로 봄맞이를 하지 않은 것이라는 말이다. 그만큼 무거천 궁거랑 벚꽃은 어디에서도 손색없는 울산의 자랑이자 봄철 최고의 볼거리다.

영축산에서 발원해 태화강으로 들어가는 무거천은 삼호동에서 커다란 활같은 모양으로 구부러지며 흐른다. 궁거랑은 활 ‘궁(弓)’자에 하천의 방언인 거랑이 붙어 만들어진 이름이다.

궁거랑 벚꽃은 이미 3월 말부터 무거천길을 따라 길게 늘어서 꽃망을을 터뜨렸다. 4월부터 벛나무 가로수가 집중적으로 뿜어내는 꽃 군락의 화사함에다 무거천에 비친 벚꽃, 그 꽃잎이 비처럼 바람에 흩날려 떨어진 뒤 흘러가는 낙화유수(落花流水), 사진으로 간직하든, 눈으로 보고 마음 깊숙한 기억의 창고에 저장하든 궁거랑 벚꽃길은 정말 놓치면 후회할 최고의 인생샷으로 남을 만하다.

어둠이 내린 뒤 조명에 반사되는 벚꽃의 은은한 자태도 낮의 벚꽃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봄 밤의 벚꽃놀이가 왜 그토록 매력있게 사람들을 끌어당기는지 실감할 것이다.

2년 이상 길어지는 코로나19의 창궐로 해매다 벚꽃 개화시기에 맞춰 열리던 궁거랑 벚꽃 한마당 축제는 올해도 열리지 않는다. 축제장 천막 아래서 정다운 사람들과 먹고 마시며 꽃놀이를 즐길 기회를 잃은 것은 작은 안타까움이지만 필설로, 말과 글로는 다 표현할 없는 봄의 장관을 만끽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답답하고 우울했던 마음을 화사한 희망으로 가득 채우는 4월이다. 터져나오는 함성처럼, 폭발하는 불꽃처럼 황홀하게 어지러운 궁거랑의 벚꽃이 만개한 천변길을 걸으며 봄날이 가는 소리를 들어 보자.

마음에 담고, 카메라에 찍은 벚꽃 샷이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