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이 놀았다는 울산 남구 신선암 마루에 신선정이 새로 지어졌습니다. 신선산과 신선정은 남구는 말할 것도 없고, 울산시민들에게 이미 익숙한 장소이지요.

신선정은 신선암의 널찍한 바위 한 복판에 서서 사방을 바라보는 팔각 정자랍니다. 지난 2008년 지어져서 10년 넘게 단아한 자태를 뽐내던 신선정이 낡아서 철거된 바로 그 자리에 똑같은 이름의 정자가 말끔한 얼굴로 새로 섰습니다.

이름이 같고 장소도 같고, 모습마저 옛것과 거의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주춧돌만 빼고는 완전히 다른 것이니, 말 그대로 환골탈태(換骨奪胎)를 해서 거듭난 정자입니다.

새로 지어진 신선정은 예전 것과는 같은 듯 다릅니다. 자리가 달라지지 않았고 크기나 높이, 외형도 예전과 똑같다고 보면 됩니다. 신경 쓰지 않으면 이 정자가 새로 지어진 것이라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할지 모릅니다.

가장 큰 변화는 단청(丹靑)입니다. 붉고 푸른 색깔 문양이라는 뜻의 단청은 예로부터 성문이나 절간의 지붕의 안쪽 천정을 장식하는 데 사용한 고유의 장식기법인데요. 새로 지어진 신선정 천정에는 어쩐 일인지 울긋불긋 단청이 입혀져 있지 않네요. 혹시 나중에라도 단청을 입힐 계획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단청이 없는 게 정자에 올라 주변 자연 풍광을 있는 그대로 감상하기에는 좋지 않을까요.

현판도 새로 만든 것입니다. 가로로 씌어진 ‘神仙亭’의 글씨는 지난 번 것에 비하면 약간 굵어진 것 같네요.

그대로 예전의 풍광과 신선정의 느낌은 그대로입니다. 12돌계단을 올라가 신전정에서 바라보는 뷰(View)도 여전히 일품입니다. 8각 전망대여서 8폭 그림 액자를 구경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남쪽으로는 발아래 선암호수공원이 손에 잡힐 듯 하고, 그 너머 산업수도 울산의 상징인 너른 산업단지가 이어집니다. 서쪽으로는 문수산이 마주보이고 그 뒤로는 해발 1000m가 넘는 가지산, 신불산, 고헌산 등 눈덮힌 영남알프스 산군의 파노라마가 보입니다. 북쪽으로 눈앞에 보이는 대현동과 수암동의 빽빽이 솟은 아파트와 시가지에서 눈을 더 들면 태화강변 남산과 남산전망대가 마주 보며 손짓하네요. 더 멀리로는 국수봉과 옥녀봉 치술령 무룡산 봉우리들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병풍이 되어 아련히 펼쳐집니다. 태화강 옆 남산의 남산전망대와 은월루는 한달음에 닿을 듯 합니다.

신선정으로 오르는 길은 여러 군데입니다. 수암동 솔마루길에서 솔마루 다리를 건너 따라오면 선암호수공원 진입광장에서 오르는 길과 신선암 만남의 광장에서 마주칩니다. 이 광장은 솔마루길의 지선인 그린나래길 ‘건강 108계단’에서 오르는 길과 함께 자그마한 삼거리를 이룹니다.

신선암은 풍수상으로도 매우 길한 위치라고들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이겠지만 신선산 근처에 살면서 바위의 산의 정기를 받아 울산시장이 된 이도 여럿이라고 하네요. 답답한 일들이 언제쯤 끝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신선이 놀았다는 신선산 신선정에 가볍게 올라가 8폭 그림을 감상하고, 좋은 정기도 흠뻑 받으면서 좋을 날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