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동(仙岩洞)은 “가장 넓고, 가장 적다”는 말로 표현될 수 있다.

울산 남구를 구성하는 14개 동 중 선암동은 그 넓이에서 단연 ‘탑(Top)’을 자랑한다. 27.77㎢, 남구 전체 면적의 1/3이 훨씬 넘는 광대한 지역이다. 남구에서 최소 면적을 가진 인근 수암동(0.54㎢)보다 51배 크고, 두 번째로 넓은 야음장생포동(13㎢)보다도 두 배 이상 크다.

땅이 넓게 퍼져 있는 바람에 그만큼 인구밀도는 남구 전 동 중 가장 적다. 전체인구 1만5000여명에 ㎢당 인구밀도는 557명. 그야 말로 가장 넓고 가장 적은 선암동이다.

선암동은 법정동인 선암동 본동과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선 신 거주지역(대나리, 선암토지구획정리지구), 공단지역으로 구성된다.

산업 울산의 핵심을 이루는 석유화학공단 등 울산에 소재하는 국가기간 산업 시설은 거의 전부가 남구 선암동에 밀집되어 있다. 상개동 부곡동 고사동 용잠동 개운동 성암동 용연동 남화동 황성동 등 울산 사람들에게 낯설지 않은 이름의 법정동들이 모두 선암동에 포함되어 울산 산업단지를 이루고 있다. 선암동의 산업단지는 울산신항을 통해 세계와 연결된다.

옛 동사무소 뒷산에 오르면 울산 산업단지를 온전히 조망할 수 있다. 선암동을 둘로 나누면서 관통하는 동해남부선 고가 철길 너머로 가깝게 보이는 산업단지는 마치 첩첩이 이어진 산의 연봉처럼 공장의 굴뚝과 저장탱크, 크레인, 각종 자재들이 끝 간 데 없이 이어져 산업 한국의 고동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은 공업 입국을 위해 조성된 산업단지에서 어쩔 수 없이 밀려나 울산 전역으로 흩어졌던 이산 원주민들의 추억과 그리움이 묻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운이 좋으면 대낮에도 화학공단의 굴뚝에서 힘차게 솟아오르는 거대한 불길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 인근 주민들은 여기서 바라보는 공단의 밤 모습을 울산 제일의 공단 야경이라고 손꼽는다.

선암동은 울산 남구 동 편제 순위에서는 가장 늦은 14번째에 위치하지만 2000여년의 유래를 자랑하는 개운포 성지와 처용암을 품은, 사실은 가장 먼저 생긴 유서 깊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선암동의 이름은 동의 북쪽을 병풍처럼 둘러친 신선암에서 유래했다. 신선이 놀던 바위란 뜻으로 이미 조선시대 때부터 선암이란 이름으로 불렸다. 선암동을 대표하는 관광휴양 명소 선암호수공원도 같은 유래를 갖고 있다.

가장 넒은 동이라는 이름답게 남구의 최남단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울산신항 컨테이너터미널의 끝인 황성동 581번지가 울산 남구의 남쪽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