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즐길 만한 수변 공간이 있는 울산 남구에 특이한 수변공간이 새로 생겼습니다. 6월부터 새얼굴로 탈바꿈한 ‘상박골못 수변공간’입니다.

상박골이 어디냐고요? 옥동 사무소가 관할하는 두왕동 테크노산업단지 서쪽 경계를 이루는 두왕천을 건너면 나오는 개발제한구역 속에 숨어있습니다. 지번으로는 두왕동 551-2입니다.

왜 특이하냐고요? 남구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수변공원인 선암호수공원을 비롯해서 태화강 국가정원과 철새도래지, 무거천 산책로 등은 모두 강과 호수 변을 따라 걷는 곳입니다. 그런데 상박골못 수변경관지는 못 위를 걷습니다. 부유식으로 만들어진 산책로는 105m에 이르는 데 호수 중앙을 가로질러 원호(圓弧) 모양으로 있습니다. 물 위에 둥둥 떠 있다는 ‘부유식(浮游式)’이라는 이름 그대로 수위에 따라 산책로가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못 위를 걷는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부유식 산책로만 있는 건 아닙니다. 호수를 둘러싼 수변 데크산책로도 있습니다. 270여m에 이르는 데크산책로는 ‘신두왕교’라는 조그만 다리에서부터 시작되는 수변경관 입구부터 설치되어 있습니다. 부유식 산책로를 걸어가면 닿는 호수 맞은편에는 별자리 산책로라는 이름의 무대형 데크가 나옵니다. 이곳에는 나무벤치와 고보라이트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데크산책로는 살짝 가파르다 싶게 호수를 둘러싼 야산 골짜기의 발치를 둥글게 따라가며 설치되어 있습니다. 산길을 좋아한다면 데크를 살짝 벗어나 바로 산을 타면 됩니다. 약간 가파르지만 희미하게 나있는 오솔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는 산길을 걸으며 산림욕을 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2년 전 국토교통부의 개발제한구역 주민지원 사업 공모에 뽑혀 조성사업이 시작된 이곳은 사실 인근에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던 곳입니다. 아늑하게 못을 감싼 골짜기는 규모는 작지만 제법 깊습니다. 이쪽 부분의 길가 제방이 좀 높아 하천과 나란히 가는 신두왕로에서도 바로 옆에 못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기 어려웠습니다. 그야말로 감춰졌던 ‘비경(祕境)’ 하나가 우리 곁에 스윽 하고 다가온 셈입니다.

아직 사람 손길이 덜 묻어서 그럴까요. 못과 주변에 서식하는 동식물도 아기자기 합니다. 6월의 따가운 햇살을 피해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그대로 비치는 한적한 호숫가를 거닐면 소금쟁이가 수면에 작은 동그라미를 그리며 열심히 떠다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철을 잃은 잠자리가 수면을 낮게 나는 가운데, 거의 1m는 됨직한 시커먼 잉어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부평초가 떠다니는 수면으로 올라와 여유롭게 지느러미를 흔듭니다. 어디서 들어왔는지 붉은귀거북이들도 물가에 쓰러진 나무둥치 위로 옹기종기 모여 여유를 즐기네요. 심심하다는 듯 산 속에서는 뻐꾸기도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며 6월의 한나절을 보냅니다. 인근 농가에서인지 한낮에 닭이 우는 소리도 간혹 들립니다.

호수를 둘러본 뒤 큰 길로 돌아나오면 길 하나를 사이로 테크노산단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쉼없는 망치소리와 각종 기계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는 현대적인 건물과 인공적인 석축들이 방금 보고 나온 상박골못 수변경관의 여운을 더 깊게 남기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