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한여름, 목요일 오전이면 울산시청 인근 신정동 한켠의 작은 공방(工房) ‘쁘띠마망’은 죽공예를 배우고 가르치는 남구 주민들의 열기로 가득 찬다. 죽공예지도사 자격증 과정 교육에 참여하는 주민 20여명이 전문 강사에게 대나무 생활 소품 만드는 법을 배우는 현장이다.

죽공예지도사 자격증 과정은 주민 평생교육을 지향하는 남구가 지역자원 활용 특화 프로그램의 하나로 개설했다. 교육 재료는 십리대밭으로 유명한 태화강 삼호대숲에서 자라난 대나무. 숲에서 간벌할 때 버려지는 대나무가 남구 주민의 손길을 거쳐 갖가지 생활 용품으로 변신한다.

공방 곳곳에는 여러 가지 대나무 묶음이 자리잡고 있다. 대나무 형상을 그대로 유치한 채 아래위에만 칼을 댄 원통. 세로로 자른 대꼬챙이, 껍질을 벗겨 만든 대껍질 줄 등이 쌓여서 저마다 변신을 기다리는 중이다.

대나무는 특유의 조형미와 청량감 덕분에 아름다운 공예품을 만들기에 좋은 재료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마디가 많은데다 겉대와 속대의 성질이 다르고, 재질이 날카로워 초보자들이 다루기에는 조금 까다롭다. 이곳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대부분 공예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어서 대나무에 익숙해지는 것이 급선무다.

쁘띠마망 대표이자 한국실용문화협회 회장을 지낸 최정숙 강사는 “그래서 가장 기초적인 대나무 손질법에서부터 교육을 시작했다.”며 “칼과 가위로 간단하게 자르는 것 이외에 대나무를 깍고 휘고 염색하고 옻을 칠하는 등의 고급 손질법은 그 다음”이라고 말한다.

주민들이 처음 배우는 과정은 바구니 만들기. 얼기설기 삼각형 육각형 공간으로 만들어진 바구니 밑바닥을 짜는 것이 시작이다.

초급 과정이지만 열기는 뜨겁다. 여러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 앉은 사람들은 최 강사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눈앞에서 본을 보일 때는 머리를 끄덕이지만 막상 재료를 들고 직접 해 보려면 고개를 갸웃거린다. 여기저기서 문답이 오간다. “선생님 이거 어떻게 해요?” “이거 좀 봐주세요” “여기서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만드는 과정을 남기려는 듯 한단계 한단계 휴대폰 카메라에 담는 사람도 있다. 바닥을 다 만들고 일찌감치 바구니 옆 부분을 올리기 시작한 테이블도 있다.

죽공예지도사 초급 과정이 끝나면 조금 더 어려운 지도사 1급 과정이다. 1급 과정을 마치면 대나무로 갖가지 바구니와 상자, 보석함, 시계, 모자, 그릇, 갓, 죽부인 등 생활소품을 만들 수 있을 정도가 된다고 한다. 남구는 죽공예 과정을 계속 지원해서 올가을쯤 이들의 작품으로 전시회를 열고, 작품 판매도 할 계획이다.

그래서 초급과정 참여자 대부분이 이미 8월 말부터 시작되는 1급 과정 참여를 약속했다. 선암동 주민 추리나씨와 중구에서 찾아온 김애지씨도 “죽공예는 처음인데 해보니 너무 재미있어 다음 과정에도 꼭 참여하겠다”며 즐거워했다. 오래 전부터 남구 주민자치 활동에 열성이었던 대현동의 신명숙씨를 비롯해서 남미숙(삼호동), 강미경(대현동) 김유진(삼호동) 최우리(선암동) 이유정(신정동)씨도 최종 과정까지 함께 할 생각이다.

죽공예지도사 과정을 설명하는 주제는 ‘삼호철새마을의 대나무 이야기’다, 철새와 대나무로 유명한 삼호대숲의 대나무가 다양한 생활 공예품으로 재탄생하고, 또 이것이 전시·판매되면서 삼호철새마을이 더 특색 있게 만들어지는 선순환을 설명하는 것이다. 울산 남구와 삼호대숲을 더 널리 알리는 또하나의 스토리텔링 콘텐츠가 생긴 셈이다. 스토리 이름은 삼호대숲 대나무의 ‘천변만화(千變萬化)’쯤으로 한다면 좋지 않을까.